플레이어 2024 | 가상 사용 후기 · 인터뷰 김하나 | 건축가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키우고자 ‘플레이어’를 구매했습니다. 몇 년 동안 매해 일기쓰기를 다짐하며 만연필도 사보고, 일기장도 사보았지만, 성공한 일이 없습니다. 일기를 쓰며 느낀 감정처럼 소리로 기억을 남기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은 생각에 이 장치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주문했습니다. 이 장치를 통해 특히 ‘끝없이 사라지는 도시’ 속 공간들의 소리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기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듯, ‘플레이어’를 통해 공간의 소리를 기록하면서 공간이 주는 감정과 추억을 다시금 되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혼자 살고 있지만 늘어져 쉴 수 있는 3인용 소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방문하면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고양이와도 편안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었죠. 그런데 문득 이 3인용 소파는 나를 위한 가구가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SNS)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자각한 후,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소파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니 1인용 소파, 라운지체어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헤드레스트와 풋레스트까지 갖춰 놓고 보니 나에게 맞는 옷을 알게 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필요하듯 가구도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새로운 소파에 몸을 맡기고 앉으니 TV나 유튜브 대신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소심한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더불어 이곳이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공간에 딱 적합한 제품이었습니다. ’플레이어’와 함께 1인용 라운지체어에 앉아 있으니,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장치는 특별한 공간의 소리뿐만 아니라 그곳의 온도, 습도, 분위기까지 담아내는 듯합니다. 때때로 특정한 음악은 내가 그곳에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또 그 공간의 기억은 그곳에서 들었던 소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는 이 장치를 통해 공간에 대한 기억을 다시 꺼내볼 때, 사소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녹아 없어지는 듯한 위안을 느꼈습니다. 제게 ‘플레이어’는 끝없이 성과와 보상을 쌓아가고자 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플레이어’를 추천한다면, 저는 이인규 작가에게 이 장치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는 ‘안녕 둔촌주공’ 프로젝트를 통해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마지막 모습을 10년에 걸쳐 기록하고, 그 과정을 책으로 남겼습니다. 사라지는 장소와 남겨진 기억을 소중히 기록해온 그의 헌신을 떠올릴 때, 이 장치는 그가 사랑했던 공간의 감정과 온기를 그대로 간직하게 해줄 훌륭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고향이 사라진다는 상실감. 10년간 매진한 일을 완수하고 난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은 차마 제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플레이어’를 통해 그에게 그리운 공간과 추억을 다시 불러오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