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2024 | 가상 사용 후기 · 인터뷰 김재민 | 빈티지 콜렉터

김재민: 저는 그게 사실 좋았어요. 다른 것보다 조그 다이얼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이제 연식이 없지는 않은 몸이다 보니 그냥 … 이런 얘기 해도 되죠? 편하게.

후니다: 그럼요.

김재민: 이런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옛날 스피커를 쓰다 보면 항상 이 조그 다이얼이 멀쩡한 게 없어요. 아시죠? 이렇게 살짝 미세하게 움직여야 전원에서 켜지고 맞춰지고. 약간 그 이격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그게 좋았어요. 어렸을 때 잘 작동하지 않는 조그 다이얼을 만지던 느낌이 들어서요.

후니다: 되게 고민했던 게 이 돌리는 느낌이었어요. 이거보다 조금 더 빡빡하게 돌아가게 할지, 아닐지. 할 거거든요. 이 돌리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아직은 뭐 완벽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찾은 지점이 이거예요. 이 조작감. 이 장치의 기구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담겨 있는 소리도 옛 것이 되어버린 소리고, 물론 기록을 했으니 내 것이 된 소리도 있지만 이제 사라진 소리들이죠.

김재민: 그렇죠. 근데 이제 저도 빈티지 조명들을 컬렉팅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던 입장이라 이런 게 좋아요. 그냥 옛날에 이런 느낌들이 좋은데 이 조그 다이얼이 아시겠지만 요새 잘 없거든요. 라디오도 버튼이에요. 주파수를 지나치지 않고 그냥 뛰어넘죠. 하지망 이거는 무조건 돌려서 찾아야 하잖아요.

후니다: 그러니까 결국 효율성이 떨어지고 없어지는 부분들을 잘라내는 거잖아요. 그 길로 빨리, 점프해서 인덱스를 찾아가듯 가버리는데 저는 그게 가끔 싫어요.

김재민: 근데 뭔가 생각 없이 멍 때리고 휴식하는 입장에서는, 가만히 돌리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단 말이죠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모든 게 딸깍딸깍하는 스위치로 동작하잖아요. 하지만 이건 연속적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근데 얘는 빈티지는 아니고 그냥 플레이어인데… 그 장치의 매력 말고도 그 소리가 이상해서 들어봤어요.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차차 들어보니 그렇게 놀랄만한 소리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일단 외적인 거나 물리적인 차원에선 이런 점들이 좋았어요.

후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인데, 옛날 그 플라스틱에 은색 크롬 씌운 거는 벗겨지거든요. 근데 플라스틱을 상아색으로 쓰는 게 제 취향인데, 그건 오래되면 색깔이 누렇게 변해요. 저 느낌이 저는 좋은데 동의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 얘기는 그만 하고… 어떻게 구매를 하게 되셨나요?

김재민: 저는, 일할 때 듣기 좋아서.

후니다: 보통 음악이나 뭐 신나는 음악 듣지 않나요?

김재민: 저 같은 경우는 집에서 이제 글을 많이 쓰고 하다 보니까 무조건 무슨 소리를 틀어놔야 돼요. 안 그러면 집에 저밖에 없잖아요. 어차피 노트북이 있고 하니까 그냥 카페 가서 글을 쓸까 싶다가도… 카페 나가면 불편하잖아요. 사실 카페 가면 그 백색 소음을 가면 들을 수 있어서 카페 갈지 고민하거든요. 도심 속의 카페에 있는 느낌이 또 굉장히 좋잖아요. 근데 못 나갈 때도 있고 비가 와서 가기 힘들다거나. 그럴 때는 카페에서 하는 소리랑은 좀 다른 느낌의, 색다른 소리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후니다: 그럼 서재나 작업하시는 방에 놓고 쓰시는 건가요? 어떤 환경에서 사용하세요?

김재민: 서재방에서 쓰는 거죠. 집에서 재택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그리고 제가 고양이랑 같이 살진 않지만 고양이를 많이 쓰다듬어 보긴 했거든요. 근데 이게 약간 고양이 쓰다듬는 느낌이 또 있어요. 그래서 뭔가 약간… 여기서 열감이 느껴져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약간 따뜻해지는 거죠.

후니다: 사실 이 소리가 주는 특유의 느낌도 있어요. 지금은 사라진, 혹은 곧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질 것 같은 공간의 소리들을 들려주니까요.

김재민: 맞아요. 물론 직접 그 을지로 일대를 걸었을 때만큼 내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건 없겠지만 소리가 좀 더 그런 게 큰 것 같아요. 시각적인 걸 내 상상으로 채우게 되니까. 또 사실 나이가 있는 만큼 가본 동네들이 꽤나 많단 말이죠. 가봤던 곳의 소리를 듣고 주소를 확인해보면 결국 이제 스스로의 기억에 남은 장소를 추억하게 되죠. 실제로 나도 예전에 들었던 소리일 수 있고. 그런 만큼 또 내가 모르는 동네의 소리는 낯설기도 하니까 덜 듣게 되겠죠.

후니다: 이 ‘플레이어’를 누군가에게 추천하신다면요?

김재민: 휴식이나 산책이 필요한 사람. 들으면 산책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왜냐하면 보통 여기서 녹음된 소리들이 앞서 카페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그 동네를 걸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에 되게 가까워요. 그러니까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은… 명확하지 않을 정도의 소리를 들으면서 휴식을 할 수 있겠죠. 누구는 잘 모른다는 차원에서 무섭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르는 것을 무섭다고 느끼잖아요. 가까이 다가가면 결국 뭐였는지 다 알 수 있어요. 바라보고 있어야 명확해진 소리가 나와요. 관심을 갖고 관찰했을 때 그게 명확하게 드러나는 거.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 듣기도 마찬가지죠. 본다라면 다르잖아요. 집중해야만 명확한 소리가 나온다… 저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하지만 정말 여기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게 정말 그 휴식이나 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좀 해보고 있어요.